YONGSAN
잠에 드는 빛과 소리
어느 날의 잠은 유난히 먼 바다에 뜬 배 같습니다. 그 배는 정박한 듯 꿈쩍을 않고, 나는 몸을 움직일 수 없습니다. 불면의 밤이 시작됩니다. 그렇게 어둠에 빠진 채로 하염없이 잠을 기다립니다. 밤의 중력으로 모든 세계가 아득히 밀려 나갑니다. 배 모양을 한 잠이 멀리서 엷은 빛을 반짝입니다. 반짝이는 흰 점은 태양계 마지막 행성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나는 잠에 닿기 위해 당신이 담은 빛으로부터 여러 잠을 상상하기로 합니다.
우리는 어쩌면 같은 빛을 보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빛이 맥락을 바꾸며 뻗어 나갑니다. 주사위 눈에 담긴 망설임으로 시작하여, 몽골 말의 눈동자,
그 안에서 막 떠오르는 호기심, 우주 비행사의 둥근 헬멧과 새벽 유리창에 비친 반사광.
유리창의 잔상에는 이리저리 더듬어진 겹겹의 뉘앙스가 있습니다. 그리고 때때로 떠오르는, 출처가 불분명한 원경에서의 새로운 신호까지.
시는 길에서 10원짜리 동전을 주워 반짝일 때까지 닦아 다시 그 자리에 두는 것. 남민오는 어릴 적 배운 시의 태도를 기억합니다. 미디어 아티스트가 된 그는 여전히 시의 태도로 예술을 하고,
오래된 물질과 새로운 도구가 만나 반짝이는 순간을 수집합니다. 그래서일까 그의 작업은 서정시적인 시간성을 갖습니다. 서정시의 시간은 인과적 서사보다 두터운 현재에 가깝습니다.
시작에서 끝으로 이르는 선형적인 과정을 따르기보다 어느 심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일.
그럼으로써 새로운 시간성을 열어젖히고 언젠가 찾아올 반짝이는 순간을 다시 조용히 놓아두는 태도. 그것이 남민오가 세계를 대하고 예술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그의 태도는 점성술에 빠진 작곡가, 구스타브 홀스트와 통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점성술을 배운 작곡가는 지구를 뺀 태양계 행성을 일곱 악장으로 그려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관현악 모음곡 《행성》의 마지막 장 '해왕성'은 여성 합창으로 마무리됩니다. 홀스트는 합창단에게 다음과 같은 지시문을 남겼습니다.
"소리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이 마디를 반복하십시오."
《행성》 초연 당시인 1918년은 아직 페이드아웃(Fade-out) 기법을 위한 음향 기술이 활성화되기 전이었습니다. 합창단이 무대 밖의 방에서 노래를 하고, 노래가 반복되는
동안 무대와 방 사이의 문이 천천히 닫힙니다. 합창단의 목소리가 문에 부딪히며 점차 희미해집니다. 옅어지는 잔음은 해왕성에 도달할 때까지 지속될 것 같습니다.
어떤 예술가들은 본인이 딛고 있는 문명을 거슬러, 예술 안에서 여러 차원을 만나게 합니다.
다음번에는 홀스트의 음악을 틀고 잠을 청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글
지하운
후원
MnJ문화복지재단, 서전문화재단
*본 전시는 2026 청년 예술가 개인전 지원사업에서 후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