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LJI-RO
최서연 Solo Exhibition
《지금, 여기》
26. June - 13. July 2024
인류학에서 '지금 여기'는 특정 시공간에서의 현재 경험을 의미한다. 이번 전시에서 최서연의 작업은 '지금 여기', 시간, 장소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여기서 장소는 우리가 타인과 관계를 맺고, 역사적 및 개인적 이야기와 기억이 겹겹이 쌓여 있는 곳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우리는 종종 현재를 벗어나 새로운 이야기를 찾기 위해 비장소를 찾는다. 마크 오제에 따르면, 비장소는 특정한 목적을 위해 존재하지만 우리에게 말을 거는 아우라가 없는 비어 있는 도구적 공간, 즉 미래를 위해 존재하는 전환의 장소이다. 예를 들어,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영화로 유명한 태국의 영화감독 아피찻퐁은 "호텔을 구해 그 안에 들어가 영화를 구상하고 쓰곤 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러한 호텔처럼, 최서연은 버스 정류장, 시멘트 계단, 기둥과 같은 도시 요소들을 가구로 사용하여 개인적인 상호작용이 없는 임시적인 비장소에서 발생하는 고립과 외로움, 현대인의 사회상을 드러낸다. 작가는 비장소의 가구를 재구성함으로써 이러한 공간의 비인격적인 특성을 강조하고 덧없음과 분리감을 불러일으킨다. 비장소는 '지금 여기'(hic et nunc)에 대한 감각이 없으며, 비인격적이고 비어 있으며 일시적이고 기능적이다. 최서연의 '지금 여기'에서는 장소의 현재성이 재조합되고 재구성된다. 비인격성, 덧없음, 일시성 등을 반영하는 사물들과 장소와 비장소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사물들이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작가의 설치 구성에는 내러티브가 없으며, 형태가 관객을 안내한다. 장소와 비장소의 경계에 위치한 이 풍경은 비장소를 차용하고 그 양면성을 실험한다.
글. 김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