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NGSAN

추영진 Solo Exhibition


《CYL -1.25 AX 180》

9. April - 28. April 2024 

안경을 쓰지는 않으려고요


1.

외부의 평행 광선은 각막 혹은 수정체를 통과하고 굴절되어 눈앞에 상을 맺게 한다. 초점이 2개 이상이거나 굴절에 이상이 있을 때, 우리는 ‘정확한 상’을 볼 수 없다. 이를 바로잡기 위한 수술은 각막의 표면을 절삭하거나 제거해 올바르지 않은 곡률을 수정한다. 다중적 상과 불규칙한 거리감은 보정되고 고정되어 사라진다. 본 전시는 교정된 상의 잔여물을 의문시하며 개인이 사건을 바라보는 좌표를 해체한다. 낱낱의 경험은 걸려있는 액자를 내리고 내용물을 제거하듯 “사건-개인-서사”의 관계로 분리된다. 추영진은 이를 흩뜨리고 새로운 관계항을 만드는 서술자이자 주인공이다. 모아진 파편적 사건은 “부정(不定)과 부정(否定)”의 사이를 활주한다.


2.

전시장은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비경계적 리미널 스페이스 (liminal space)이다. 누군가의 일상에 온전히 붙어있던 내러티브는 떨어져 각 매체에 재부착된다. 주어가 사라진 문장은 포장지가 벗겨진 이미지이다. 전시명과 동일한 〈CYL -1.25 AX 180〉 (2024-)는 “HEY, PLEASE DON’T GO”라는 상투적이지만 절절한 말이 숨겨진 시리즈이다. 관람자의 거리에 따라 원형 견출지는 이를 숨기거나 강조하는 모순적 역할을 수행한다. 이는 ‘1+1=0 또는 ∞’이라는 새로운 서사적 공식을 제안해 각자의 초점과 거리감을 경험케 한다. 틈새에 숨은 거짓과 진심 사이의 무언가는 〈사랑과 거식〉 (2022-)으로 이어진다. 직접적인 제목의 작품은 여전히 솔직하지 못하다. 사적인 이미지는 액자에 부착되어 모호함을 연기한다. 무심한 듯 부착된 가격표와 필름은 정해진 입장과 이야기의 몰입을 방해한다. 작품의 중첩된 사건들은 추상성의 형태로 변주한다. 일상적 에피소드를 모티프 삼아 새롭게 선보이는 ‘패턴 회화’는 가상과 현실이 혼합된 다층적 서사를 내포한다. 이는 예언이자 계획이며 현실로서의 독특한 특징을 갖는 선사시대의 예술과 유사성을 가진다. 패턴 사이에 위치한 〈러브송-그렇게(도) 흔한〉 (2020)은 구체적 제목과 형상으로 독해의 혼란 혹은 힌트를 준다. 지속적으로 내포된 이중적 속성은 진심과 거짓, 서사와 이미지, 장식성과 지시성의 경계에 위치한다.


3.

흥미로운 서사적 공식은 작품을 넘어 공간으로 향한다. 각 4점의 페인팅과 오브제는 2점의 드로잉으로 나뉘고, 하나의 작품으로 각각 분리된다. 이는 일종의 패턴을 연상시킨다. 배치 내 작품은 마주보고 엇갈리며 동선의 여러 난점으로 기능한다. 분리된 개별적 작품은 이전의 집합으로 묶이기도 하며 관계항을 오르내린다. 파편적 사건은 굴절되고 중첩되며 작품들을 엮고 작가 내 발생한 의미화의 과정을 외부로 확장시켜 각자의 새 맥락을 생성한다. 〈습관이 같은 사람〉 (2024)의 고정된 인덱스와 같이 교정되었던 개인의 좌표는 해체되어 다각적 갈래를 형성한다. 의미들의 미로적 전시는 흐릿하지만 변주-번역되어 유용하고 무용한 여러 초점을 제시한다. 추영진은 작품의 내외부로 흐르는 양극의 개념을 선보이며, “‘그대’와 ‘나’의 입장”의 생성과정을 탐구하기 위해 안경을 쓰지 않기를 권한다.



글. 황혜주 (미술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