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NGSAN
조혜연 Solo Exhibition
<털북숭이 식구들>
5. December 2023 - 5. January 2024
개인전을 준비하던 중에 털북숭이 강아지 가족이 생겼다. 안그래도 바쁜 일정이 더 바빠져 버렸다. 모든 것이 낯선 강아지에게 가르쳐줄 것도 많았고, 챙겨줄 것도 많았다. 아 직 애기티를 벗지 못한 녀석때문에 책임감과 걱정거리도 많아졌고, 늘어져 쉬고 싶어도 부 지런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매일 같은 집에서 함께 밥먹고 놀며 붙어있으니 이상 하게도 힘이 더 났다. 잠과 작업시간은 줄어들었지만 일할때의 집중력은 더 높아졌고, 강아 지의 사회화를 위해 나의 사회활동도 더 많아졌다. 털북숭이 식구는 나를 매우 부지런하게 만들었다. 산책하며 만나는 이웃들도 모두 조금 귀찮지만 즐거운 동거생활을 하고 있었다.
‘식구’라는 단어에는 ‘함께 밥을 먹는 사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사람이 먹 는 재료로 직접 밥을 지어주는 보호자가 많아지는 요즘, 반려견들은 정말로 우리의 식구라 고 볼수 있다. 우리의 털식구들은 밥그릇 소리에 달려나오고, 같이 산책하는 운동 친구이 자, 때로는 베개도 양말도 찢어버리는 귀여운 괴물이 된다. 이렇게 우리와 생김새도 다른 식구를 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사람이 중심인 삶에서 벗어나, 다른 존재와 함께 사는 것에서 오는 특별한 행복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와 털식구들은 말이 안 통해도 서로 같이 사는 방법을 배워가고, 점점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어간다.
새로운 식구의 존재가 커지니 작업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강아지는 이전 작품 에서도 종종 등장했지만, 개인적으로 그때는 무지개다리를 건넜던 가족 생각에 깊게 작업 하기가 어려웠다. 뜻밖에 인연으로 가족이 생긴 지금, 나만이 사는 삶이 아님에 다시금 행 복을 느끼며 함께하는 시간을 기록하고 싶어졌다. 우리의 시선속에서 강아지가 주인공이 되어 마음 편히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작품 속의 털북숭이 식구들은 인간 생활에 관심을 보이는 모습, 별거 아닌 장난감에 진심을 다해 놀며 산다. 다소 평범한 일상이지만, 우리의 눈에 귀한 시간을 그려내고 싶었다. 인간 보호자의 모습은 작게, 부분적으로, 혹은 물건으로 나타내 굳이 프레임에 있지 않아도 강아지와 가족으로서 공존하고 있는 관계를 구성했다.
이번 개인전은 겨울에 진행되는 만큼 공간속에서 따뜻함을 느끼게 하고 싶다. 작품 속 편안한 털북숭이들처럼, 방문한 분들과 반려친구들도 집에 놀러온 기분으로 쉬었다 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글. 조혜연